당신에게 자비로움이 있다면 막 피어오른 그 꽃을 밟아주시오 양말 위로 초록 빛이 배어나오면 미련 없이 땅바닥에 닦아 버리어 남은 향기에도 절대 코를 묻지 말고, 그대로 지나가시길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애써 부정해 오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었어요. 사람이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당신으로부터 배웠습니다. 늘 이해하며 살았어요. 당신의 상처를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하면 저는 나쁜 사람이 되는걸까요? 제가 해온 것이 이해였는지 침묵이었는지, 사실 저는 아직도 둘의 구분을 못 하겠습니다. 내가 정말 ...
<1.> - 저기 봄꽃이 폈다. - 봄꽃이 대체 뭡니까? 매일같이 봄 타령에 꽃 타령. - 봄꽃이 봄꽃이지 뭐, 너는 낭만도 없냐? 선생은 무릇 꽃은 봄이라 했다. 그에게 세상에 피어난 모든 꽃의 이름은 봄꽃이었다. 화단 한가운데 썰렁하게 피어난 풀떼기를 보며 선생은 봄꽃, 봄꽃 노래를 불렀다. 선생이 꽃을 봄으로 보는 재주가 있는지 아니면 그저...
지저분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지저분한 글을 쓴다. 서두 없고 말미 없는 지저분한 원고. 굽은 허리를 억지로 등받이에 기대어 폈다가 다시 굽힌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문장 끝에 찍히는 마침표가 거슬리고, 단어 뒤에 붙는 쉼표가 거슬린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 거슬리는 글이겠다. 여기까지 쓰는데 발끝이 차갑다. 나는 도톰하고 부드러...
나는 그 시간이 좋다 나는 그 시간이 싫다 그 푸르던 시간이 좋다 그 차가운 시간이 싫다 다들 하늘 어딘가에 숨어버리는 미지근한 땀방울에 미간을 찌푸리는 그 시간이 나는 좋다 그 시간이 나는 싫다 멍하니 길을 걷다가도 웃음이 나고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올려 바닥을 보고 턱끝을 조금 올려 걸어다닐수있는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따라 눈물이 떨어지는 그 시간이 좋...
나는 네가 나와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우리가 입맞춤을 한다면, 깊은 입맞춤이라면. 너는 마법처럼 날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순진한 표정을 하고 네 앞에서 치맛자락을 올렸다. 너는 흠뻑 젖은 손으로 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는 드디어 입을 맞췄다. 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눈을 감고 있어서 나는 고백의 기역 자도 꺼내지 못...
발갛게 부어오른 손바닥 사이로 차가운 해를 닦는다 땅바닥에 한줄기 빛이라도 쬐여주려고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혼자 일어나 아침 해를 닦는다 그림자 속에 제 어미를 뉘여주는 마른 팔목들에게 자그마한 온기라도 느껴보라고, 잠시 숨이라도 쉬어보라고 더 나은 내일의 아침을 위해, 더 따듯한 세상을 위해 타들어가는 손바닥과 진물이 올라오는 손톱 사이로 저 밑에서 올...
팥죽색 하늘 속에 밝은 달 하나 그 아래 까맣게 물든 호수가 하나 하얗게 내리는 빗 속 사이로 걸어오는 그림자 하나 한 발만 끌며 걷는 어린 아이가 하나 소리치는 그림자가 하나 고개 숙인 그림자가 둘 작은 그림자가 하나 큰 그림자가 둘 그러다 이내 얼굴을 떼고 돌아서는, 씩씩하지만 무거운 발자국 그것이 걸어가는 젖은 걸음 소리, 그 서러운 무게에 땅까지 울...
문을 닫는 순간부터 내 방은 파란 빛의 어항 속 커튼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불빛이 멀어졌다 가까워져 나를 두렵게 만든다 매미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이명 거울에 비친 파랗게 질려가는 얼굴이 너무 지쳐 보여서, 나는, 숨이 막혀서, 어쩔 줄 몰라서, 겁이 나, 나는, 엄마, 내 방문을 열어줘! 나를 꺼내줘! 어항 안에서는 무릎을 펼 수가 없어, 굽힐 수도 없어...
어느새 별 하나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밤에 별자리로 길을 찾던 아이는 길을 잃어버렸다. 낯선 거리에 버려진건 금이 간 수많은 거울들 깨진 거울에 비춰질까 두려워 돌아가는 발걸음. 오래되어 못쓰게 되어버린 색 바랜 기억들을 더듬거리다 투명한 우산 끝을 물에 적셔 겨우 터놓은 길. 길은 좁고 멀기만 하고 불 꺼진 가로등엔 먼지가 가득 쌓여서 눈물만 볼을 따라 ...
▶ 우히히 ◀ 1. 공차 밀크티 맛있다 그린 밀크티 진짜 진짜 진짜 맛있다 진짜 체고 2. 흰 양말 신고 바닥을 밟으면 발볼이 푹 퍼지는 게 꼭 마시멜로 같움 말랑말랑 3. 늦은 밤에 자전거 헤드라이트 키고 내리막길 달리고 싶다 청춘의 정석! (아님) 4. 새벽에 할라피뇨 치토스 먹으면서 공포영화 보고 싶다 컨저링 무서웠는데 (ft. 박수짝짝) 5. 나는 ...
골목길을 휘적휘적 걷는다. 앞서 걸어가는 여자의 뒷통수가 가로등에 반사되어 달처럼 허옇게 빛난다. 찰랑이는 머리칼이 마치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 눈이 마주쳤나? 뒷통수에서 얼굴이 불쑥, 솟아오른다. 얼굴이 세로로 길게 찢어져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그리고선 뱀처럼 바닥을 기어다닌다. 머리카락이 시멘트 바닥에 쓸릴때마다 쉬익, 쉬익 소리가 난다. 상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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